퇴사 후 통영 한 달 살기 3편 (비진도부터 거제도 근포동굴까지)
최근 며칠간 심신을 강타한 귀차니즘으로 인해
포스팅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이제야 통영 섬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9월 말에 통영에서 서울로 돌아왔기에
이제 약간 기억도 흐릿해지려 하지만
나에겐 사진이 있으니까!
#다시 만난 비진도
소매물도로 들어가는 뱃길에서
산호빛 바다를 가진 섬, 비진도를
처음 보았다.
에메랄드색의 해변은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수영하고 싶게 만들었지만
소매물도로 향하고 있던 나는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벌써 8년이 지났다.
익숙하지만 낯선
비진도에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가즈아!!!!!!!
비진도는 생각보다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첫걸음부터 실수였지만
그 실수는 꽤나 큰 트레킹의 즐거움을 주었다.
여기서 작은 꿀팁!
비진도 도착했다고
나처럼 신나서 바로 내리면
내항마을에서 외항마을까지 걸어와야 한다.
다음 정류장인 외항마을에 내리자!
그래야 우리가 생각하는 산호빛 바다가 나온다.
다만 걷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걸어볼 만하다.
한 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외항마을 가는 길이 사진에서만큼
계속 멋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산호빛 바다는 상쾌함을 마음 가득 심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원성취의 시간
비진도 바다 수영 타임!
생각보다 물이 따뜻해서
수영할만했다.
수영을 엄청 잘하는 건 아니지만
바다 마을의 소년이 된 것처럼
신나게 하다 왔다!
가방을 등받이 삼아 바다 보며 멍 때리기
파도소리와 함께 명상하기
타이머로 인생 샷 찍기
혼자서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맑은 바다를 보며
항상 뭔가에 찌들어 있던 정신도 조금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처음 만난 거제도
통영에서 한 달 살기를 기획했을 때
(2주가 되어버렸지만)
가장 가보고 싶던 곳 중 하나가 거제도였다.
가서 뭔가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을 쐬며
하루 종일 앉아있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가을 남자니까😃
하지만 운전면허도 없는
나라는 뚜벅이...
버스를 타려니 2~3시간씩 걸려서
포기하려다가 나름대로 꾀를 냈다.
'시티투어처럼 투어를 해주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다행히 있었다.
덕분에 편ㅡ안ㅡ하게
거제도의 숨겨진 뷰맛집들과
추억으로 남을 인생샷
그리고 많은 배움까지
알차게 얻어왔다.
#1 근포동굴
다양한 곳들 중
가장 많은 인생샷을 찍은
근포동굴
아침에 일찍 갔더니
한 커플밖에 없었는데
사진 몇 컷 찍고 나니
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동굴이 3개 있는데
사진 찍으려고 줄 서서 기다린다고 하니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 분들은
일찍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막상 사진 찍으려고 하면
포즈가 정말 1도 생각 안 나니
가기 전 포즈를 미리 생각해두는 센스!
#2 숨겨진 뷰맛집, 드라이브
사실 투어 내내
넋 놓고 감상하느라
어디가 먼저고 나중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사람 하나 없는
어떤 길 근처에 잠깐 차를 대고
올라간 이곳을 봤을 때
숨겨진 풍경의 꽃봉오리가
활짝 열리는듯한 느낌에 감탄했다.
위치를 알면 지도로나마 찍을 텐데
아쉽다.
뷰맛집 인증샷을 찍고 다음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드라이브하면서 보이는 풍경
실홥니까?
바다색이 물감 풀어놓은 것 같다.
(대충 이쁘다는 얘기)
차를 타고 밖을 보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을 벌린 채로 바람의 언덕으로 이동!
#3 바람의 언덕
사실 바람의 언덕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예쁘게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이
너무 많으니 내가 본 풍경 중
가장 멋졌던 사진만 하나 올려본다.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좋았다.
가슴속에 고여있던 생각과 고민들을
바람이 한 줌도 남김없이 쓸어가는 느낌이었다.
날씨는 9월이었음에도 그렇게 춥진 않았다.
#4 몽돌해변
몽돌해변도 많이 봤던 곳이라
그리 크게 와 닿진 않았다.
다만 여기서 투어를 진행한 형님과
많은 대화들을 나눴고
그 추억들만은 인상 깊게 남을 것 같다.
나보다 딱 1살 많으심에도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계셨다.
많이 시도하고, 실패해도 다시 하는 모습이
멋진 분 이셨다.
어쩌면 셀 수 없이 많은 굴림 끝에
동그래지는 몽돌처럼
사람도 수많은 도전과 역경,
그것을 극복한 후에야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치며
통영에서 있던 날들 중
비진도와 거제도에 다녀온 이틀을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것들을 비워내고
새로운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의미로 가득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 글을 보고
비진도나 거제도에 간다면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 을
꼭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바다를 볼 때 가장 행복했다.